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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스토리

부산여행에서 찍은사진들(충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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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시월의 들길에 내리는 비는
어쩐지 좀 쓸쓸하다

가을 저녁,
천지를 붉게 밝히고 선
단풍나무 잎사귀들이 저마다
달아오른 심장을 식히며
너를 받는다 저항 없이
온몸으로 그렇게

비가 내린다
입 악물고 표정없이
바보처럼 뛰어내린다
누가 너를 비라고 부르는가
누가 너를 가볍다고 말하는가

촌각의 삶,
미련이야 왜 없겠는가
그러나 지표면에
몸뚱어리를 사정없이
처박아야만 하는 너는,

너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고 담담하게
운명에 순응하는
자연이로다
인간세계를 비웃듯 소멸하는
네 앞에서
나는 벌써 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