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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족발집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제 이름은 하세종입니다. 나이는 43세이구요, 현재  수원에서 디저트 배달전문점인 샌듀앤빙슈와 족발집 이름을 뭐하라 지을까 라는 상호의 족발 가게 사장입니다.
근데 왜 족발집 이름이 "족발집 이름은 뭐라고 지을까?" 라고 했는지 궁금하시죠?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2013년 5월4일 수원시 한 외곽 변두리에  상가 보증금 포함 총 투자 3000여 만원을 들여 북문족발이라는 상호로 족발집을 오픈을 하게 됩니다. 
 
이미 창업 전 다른곳에서 족발집으로 성공했었고 현 트랜드에 적합한 족발 요리에 관해 연구와 분석을  마친 상태여서 별 무리 없이 손님을 맞이 하게 되는데,
사람도 잘 안 다니는 위치도 좋지 않은 곳에서  오픈 첫 달부터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저희 가게와 메뉴를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성공 이유는  다른곳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고심한 끝에 "족발도 뜯는거고 기타도 뜯는거고 기타도 서민악기고 족발도 서민 음식 아니냐"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매장 한켠에 무대를 만들어 저녁시간에 통기타 라이브 공연을 했고
이것이 입소문 나면서 실력있는 통기타 가수들이 공연을 하는 등 지역에서 통기타라이브 하는 족발집으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메뉴 역시 저희 부부가 직접 개발한 족발빙수라는 쫀득한 족발고기(편육 상태)와 해파리 등 각종 해산물, 칼칼한 물회 소스,청량 각얼음 등을 함께 비벼 마시는 요리로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어서 방송에도 제일 많이 소개 되었고  가장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후로도 꾸준히 지역 맛집으로 소문이 나며  솔직히 돈도 꽤  많이 벌었습니다.

그렇게 2년 여 시간이 흐른후 아주 이색적인 식당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한번 크게 벌고 싶은 욕구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재미가 만나 
북문족발 2년 하면서  모아놓은   돈  전부를 과감하게 투자하여
 치깐이라는 상호로   수원 장안문에 오픈 했습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독특한 컨셉 “치깐“은  모던한 화장실 컨셉으로 의자는 실제 변기를 가져다 놓았고 전체 인테리어를 화장실 컨셉으로 완성했으며
 메인 요리 역시 치즈바베큐보쌈이라는 모짜렐라 치즈와 함께 조리한 퓨전요리 들로 구성하여  처음 오픈 몇달은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족발집과 치깐 이 두 곳을 함께 운영하려니 직원 관리에 많은 어려움들이 생겼고 
기존에 운영하던 북문족발은 해당 건물 건물주의  뜬금 없는  식당명도 소송과  괴롭힘으로 조금씩 곪아가고 있었습니다.
  더 더구나  저희 가족의 말 못할 가정사 문제로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만큼의 스트레스와 압박 등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을 여러 차례 하는 등
사업 외 적으로 신경 쓸 일이 많다 보니
잘 나가던 북문 족발도 매출이 반토막이 나고  새로 오픈한 치깐 역시  점점 매출이 줄어 결국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계속적인 적자로 인해 가게를 그만 두고 싶어도 워낙 많은 돈을 투자해서 만든 가게다 보니  시설비라도 받아 보려고 했지만 가게를 보러오는 사람도 없고,
 혹시 있다 하더라도 워낙 덩어리가 크다 보니 섣불리 뛰어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은 상태로  북문족발에서 번돈을 치깐의 적자를 메꾸는 식으로  1년간 적자운영을  했습니다.

이어지는 큰 적자를 끝내보고자  잠시 닫았습니다.  그리고 치열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여 고민 끝에 "빙수를 한번 배달해보자!" 라고 결심을 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빙수가 배달되면서 녹지는 않을까?”  “과연 손님들이 우리 메뉴를 찾아 줄까?” 등등의 많은 고민을 안고
2016년 7월 28일 마침내 오픈을 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로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픈 후 주문이 조금씩 들어오기시작 하더니 단 몇 일만에 혼자서 감당 할 수없을 만큼의 주문이 밀어 닥치고
한시간 이상 대기하고 있는 빙수가 몇 개씩 되다보니 기존의 홀 손님은 포기 한 채 가게문을 닫고 배달 영업만 해야 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정말 하루 종일 수화기 잡고 사과 하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 한것 같습니다.

그렇게 오픈 후 정신없던 하루 하루가 지나가고  조금씩 찬바람이 불면서 하루 100여개 가깝던 주문 갯수가 반토막이 나더니
 10월 들어서면서 하루 20개도 못하고 집에 들어가는 날이 많아지자 저희는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또 고민하고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수기엔 뭘 해야하나..
그러던 중 미국식 오리지널 수제 샌드위치 전문가인 저희 집사람 중학교친구를 만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솔직히 들려주었습니다. 
그러자 바로 거절했습니다. 이유는 레시피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했습니다  많이 섭섭했지만 원하는것이 큰 만큼 집요하게 설득하였더니
 끝내  순순히 샌드위치 레시피를 내어 주었고
비로소 우리는 눈꽃빙수와 호텔급 수제 샌드위치를 조합한 바로 “샌듀앤빙슈”를  시장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구운 패티에 정형화된 빵,야채 등으로 길들여진 고객들이 저희 샌듀앤빙슈의 수제 샌드위치를 경험하고 난 반응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고급진 샌드위치는 처음이다.”,”어떤 대형  전문점의 샌드위치와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라는 리뷰 들로 주문앱 리뷰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덩달아
겨울철 외면 받는 빙수까지도 샌드위치 주문에 포함되어 배달 되는 등 샌드위치와 눈꽃빙수의 조합은 가히 환상이었습니다.

덕분에 매출은 다시 올라와서 여름철 매출의 절반이 되었고 큰  기복 없이 실적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치깐은 전화위복으로 위기가 기회로 바뀌었고..현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망해가는 족발집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치깐의 운영 부진으로 말미암아 덩달아 족발집의 매출도 큰 타격을 받았고 설상가상으로 건물주의 끊임없는 괴롭힘과 소송전으로
 결국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사 간 곳은 이전의 환경보다 더 열악한 곳이었고 매장 규모도 작아서
홀 손님을 모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가게였습니다. 어쩔수 없이 "배달로만 승부해보자" 하는 생각에 기존의 메뉴를 뒤집어 엎고 가격을 다시 책정하는등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모든 준비는 끝났는데 제일 중요한 상호가 떠오르질 않습니다.


멋진 가게 상호가 생각이 나질않습니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a4에 긁적이며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고민을 해봐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결국 족발집 이름은 차후에 고객님들이 지어주시기로 하고 [족발집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라는 다소 황당한 상호 아닌 상호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전단지에도 가게이름을 지어주시면 채택된 분에게 현금 200만원을 그 다음날 드립니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습니다.  아니 북문족발에서 족발집이름은 뭐라고 지을까로 상호 하나 바꿨는데 바꾸고 나서 첫달 기존 매출의 두배가 뛰고
 다음달엔 세배  이런식으로 쑥쑥 매출이 올라가더니 2013년 처음 저희가 수원에서 오픈 한 후의 평균 매출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고객님들의 반응도 실로 놀라웠습니다. 이름이 생소하고 특히해서 주문을 해봤다,왠지 맛있을거 같다.등등 독특한 상호가 신규 주문을 끌어 내는데 톡톡히 효자노릇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9개월간 고객이 직접 리뷰를 통해 지어주신 족발집 이름만도 100여개가 넘고
최근 올라온 족발집이름을 잠깐 소개하자면 홍 인 족 간(족발로 널리 이롭게하라), 두루두루 맛있으니까 두루족발,족탱맛탱, 먹느라정신없족,
 족발먹는걸보쌈이모르게하라,쫀득하고 맛있는 족발집 쫀맛족발  등등  아주 참신한 상호도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쯤 되니 족발집 상호는 "족발집이름을 뭐라고 지을까?"로 그냥 가야겠습니다.


지금에 와서 20년 장사 인생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어떤것도 자신은 가만히 앉아서 고민 만하고 움직여 주지 않는다면 그 어떤 문제도,
 그 어떤 고민도 해결하지,해결되지 못 한다는 것입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라는 권투 명언처럼 몸을 부지런이. 사고를 폭넓게 한다면  못 해결할 문제는 없다 라는 것입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